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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7-08-04 08:5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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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도망갈 길은 터주고 몰아야 하는데 너무하네….” 


▲ [8·2 부동산 대책 여파]숨죽인 다주택자 “안 팔고 버티면 양도세보다 안 오르겠나”


“분당·판교랑 부산은 왜 (규제 대상에서) 빠진 거야? 대구도 요즘 엄청 오른다던데….”


3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 인근의 한 공인중개업소. 공인중개사 ㄱ씨와 주민 3명이 심각한 표정으로 얘기하고 있었다. 화제는 단연 전날 발표된 ‘8·2 부동산대책’이다. 이들은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가 세종시와 함께 투기과열지구 겸 투기지구로 묶여 양도소득세 중과와 대출한도 축소 등 중복 규제를 받게 됐다며 격한 표현을 써가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미 ‘풍선효과’ 조짐이 보인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전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재건축 지역에서 조합원 지위 양도제한이 강화됐다. 조합설립인가 후 집을 사면 조합원 자격을 인정받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조합설립인가를 받지 않은 이곳 현대아파트 같은 재건축 추진 단지는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이 있다. ㄱ씨는 “개포주공 1단지처럼 이미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재건축 단지는 거래 자체가 올스톱일 테니 투자 수요가 우리한테 몰릴 것”이라며 “이 동네는 워낙 환금성이 좋아 호가를 조금만 낮춰도 바로 팔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규제 시행 첫날 매수자나 매도자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시장에서는 최소한 한 달간 관망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전세를 끼고 주택을 구입하는 이른바 ‘갭투자’가 성행했던 서울 성북구 길음동 공인중개업소도 한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8·2 대책이 다주택자를 정조준하고 있지만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았다. 길음동 ㄴ공인중개업소 강모씨는 “그런다고 잡힐까. 금리가 워낙 낮아 부동산에 대한 수요는 꾸준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 노원구 집 2채와 경기 구리시에 집 1채 등 총 3채를 가지고 있는 직장인 최모씨(39)는 보유 주택을 줄일 생각이 없다고 했다. 최씨는 “정부가 다주택자를 일방적으로 투기 세력으로 몰아붙이는 것이 억울하다. 투기 수요를 억제하겠다는 명목으로 세수를 늘리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번 대책으로 내년 4월부터 다주택자에 한해 양도세가 강화된다. 양도차익이 1억원이라면 2주택자는 기존 1100만원만 세금을 냈지만 앞으로 2900만원, 3주택 이상자는 3870만원으로 늘어난다.


‘버티기’ 전략은 확산되고 있다. 부동산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집값은 장기적으로 우상향하기 때문에 양도세가 강화돼도 팔지만 않으면 손해는 없을 것”이라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다주택자 임대사업자 등록을 유도하는 정부 대책이 효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란 뜻이다.


8·2 대책의 수혜자로 꼽히는 실수요자, 무주택자들도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에 전세로 살고 있는 직장인 김모씨(37)는 전셋값 급등을 걱정하고 있다. 내년 6월 전세계약이 만료되는데, 대책 이후 재건축 추진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씨는 “한때 1억원까지 올랐던 전셋값 상승폭이 최근 주춤했던 건 재건축이 임박해서였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수요자 입장에서도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한도가 기존보다 줄어 집을 살 때 부담해야 할 목돈이 더 늘어난 것은 걱정이다. 송파구에서는 LTV·DTI가 40%로 강화됐다. 김씨는 “청약제도가 개편돼 예전보다 청약당첨률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당장 전셋값 부담이 녹록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을 비켜간 경기 일대도 일단 숨죽이며 ‘대장주’ 격인 서울의 반응을 살피고 있다. 하남 미사지구 공인중개사 장모씨는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매물이 있었다. 정부가 추가대책을 발표할 테니 어서 내놓자는 심리였다”며 “지금은 사겠다는 사람도, 내놓는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장씨는 “미사지구는 강남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연동한다”며 “서울 집값이 떨어지면 여기도 떨어진다”고 말했다. 



8·2 대책이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킬지 현재로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압구정동 ㄷ공인중개업소 정모씨는 “과거에도 이런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면 시장 흐름이 비슷비슷했다. 조금 관망하다가 유지세가 이어진 뒤 다시 올랐다”며 “규제란 게 속된 말로 흐르는 개울물을 막는 것이다. 잠깐 막히지만 다시 또 흐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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